어느샌가 병원방문은 약타러 가는 날이 되어버리고 있다.
질문 할 거리를 미리 준비해가지 않으면 허무하게 다음 내방 일자만 정하고 끝이 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처럼
That's all.
(이제 그만 가보렴)
이 되어 버러는 것.
그러보니, 의사 말투와 미란다기 닮았군.
의사가 질문하는 건 거의 없고 항상 내가 아이의 변화를 쭉 정리한 메모를 들고가서 브리핑을 하고 의사는 컴퓨터에 입력하면서 듣고 있다가 뭔가 거슬리는게 있으면 STOP하는 편이다.
"그건 약효과랑 상관 없는 얘긴데요"
라고 증상-약-증상 이야기 외엔 선을 긋는걸 중요하게 보시는 듯 하다.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이젠 질문을 준비해간다
이번에 내가 준비한 질문은 2가지.
1. 아이가 잠이 안온다고 평소에 힘들어하는데 주말에 (늦잠 자는 경우도 많아서) 하루 정도는 휴약해도 될지?
2. 방과 후 특히 아이가 짜증을 많이 내고 심심한 걸 못견뎌해서 자꾸 부딪히는 경우가 생기는데 약 효과가 떨어지는 시점에는 이럴 수 있는지?
1번의 경우 매일 먹는게 가장 좋지만 하루정도는 괜찮다, 이런 건 부모의 의지에 달려있다.
(아마도 약효과를 공부 위주로 보통은 보셔서 그런 듯 해요)
2. 아이랑 부딪히는 건 부모의 재량에 달린 것이고 아이와 미리 유툽 시청 등 시간을 정해놓고 하면 아이와 부딪힐 일이 줄어들 것임 (하고 있다고요~ 가 튀어나오려다가 삼킴).
개인적으로 이 질문을 한 이유는 이게 아이가 잠깐의 지루함도 못찾고 엄마한테 투정 부리는 게 아이잘못으로만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런 건 의사한테도 미리 남겨놔야 나중에 약과 관련 상의할 때 자료로 쓰일 것이므로.
(이 부분은 약효과가 떨어져서 그럴 수 있다고는 인정해주심)
약은 계속 처방 받아온 메디 15mg로 계속 유지중이며 이부분은 아이가 딱히 문제될 게 없어 보이면 유지하시겠다는 뉘앙스셨는데 4학년 1학기 와 2학기 변화에 대한 담임쌤의 평이 좋았기 때문에 나도 당장은 늘리거나 바꿀필요는 못느끼고 있다.
그저 아이가 하루하루 편하면 됨.
언제까지 먹여야 하나 이런 고민은 내 선을 떠났고, 약을 아침마다 줄때 아이의 평온한 하루만 기도하면서 먹이고 있음.
관련 카페 글을 읽거나 유툽에서 정보를 찾는 건 예전보다 뜸해졌고 잠못들거나 하는 일은 처음보다 줄었지만 아이가 또래보다 늦되다는 생각이 들때 마다 누구누구 엄마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죄책감과 함께 자기비하에 빠지는 일이 많아서 그래도 우리 OO이가 너무 이쁘다 라는 생각으로 앞선 생각을 지우며 지내고 있다.
병원에서 의사를 만나는 건 참 매번 아쉬운 일이다.
특히나 정신과인데도 상담이 편하지가 않다.
(못난 엄마가 되는 기분..)
상담전에 내가 아이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긴 다이어리를 복기 하면서 아이를 위해서 무엇을 확인하면 좋을지를 생각을 정리해서 가면 그나마 남는게 있는 듯 하다.
가는 건 귀찮지만 그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는 건 내손에 달린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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